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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해 보면 자신에게 자행되어지는 변화란건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이루어 진다. 사뿐사뿐 내리다
소복소복 쌓이고 어느 수위에 이르러서 자각하게 되는
변화... 넋을 놓고 있거나 어느 한곳만 열중하고 있거나
하루하루를 살다보면 아차하는 그 어느 시점을 만난다.
인생의 그 어느 시점...
과거에 고개를 내저으며 목격했던 모습들이
곧 내 자신임이 발견되었을 그 때의 그 반전의 충격이란...
절대 변화는 없다고 못박았다고 해서 그 모든게
하염없이 박혀만 있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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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어마한 충격적 변화가 아니더라도
나의 사상들은 자꾸만 변한다.
그래서인지 난 이제 뭔가를 떡하니 자신할 수 없다.
강하게 단정하고 못박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어쩔땐 무섭게도 대혼란의 사상적 균열이 내 머릿속에
고도의 현기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난 인간들은 다 틀렸다고... 나도 틀렸고 당신도 틀렸고..
정답은 없는 거라고... 그렇게 말해 버리고 만다.
하지만 그러면서 큰소리엔 여전히 약한 모습이란....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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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노력하면...
아니 노력이란 단어는 왠지 고통의 뉘앙스를 풍기니깐
뭔가에 열중을 하면 정말 무엇이든 잘 할 수 있을 꺼란
자신만만함을 아마도 모두들 품고 있을 것이다.
그 관심과 정열의 도화선에 불이 붙여지기 시작하면...
뭔가에 막 집중되고 있을 때,
그 환희의 순간,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그 뜨거운 두뇌의 뜀박질과
심장의 펌프질등으로 반응된 묘한 흥분상태를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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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랑을 이렇게 생각했었다.
누군가에 열중을 하면 묘한 흥분상태에 보태지는
사랑의 생화학성분에 시너지 혹은 과잉반응하여
진정으로 단연코 잘 해낼 수 있을꺼라고...
그래서 결과는...
아직도 제대로 된 사랑을 못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쬐끔 시도했다가 진짜 상상도 못한 모순적인
결과앞에 찔끔했다는 것...
이젠 그 누구를 사랑하게 될 지는 모르지만
결국 사랑은 다르다는 걸.. 이 잘 해낸다는 것이
그냥 '열중'과는 다른 것이고 또한 '이렇게 생각했던 것'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는 걸 안다.  
단연코 잘 해낼 수 있으리란 교만이
날 이렇게 넘겨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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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에 대한 노하우로 동여매여진
따뜻하게 적응된 안전한 자신만의 세계...
그 곳에서 깨어나와 오돌오돌 떨며 눈을 깜빡이다 보면
어느새 눈을 찌르는 강렬한 빛에 익숙해 질 날이 올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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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래간만에 거울 속 얼굴을
한참이나 빤히 바라보았다.
거울속에 비친 나의 모습..
'아.. 여기에 보여지는 이가 나란 말인가...'
매일 보아오던 나라고 인식되었던 나와는 다르게
새삼 내 얼굴이 퍽 낯설게 느껴지는
이상한 경험을 했다.
분명 타인같은 낯설고 어색한 모습..
거울을 볼때마다 난 유전적으로 덮어씌어진 껍질이 아닌
그 안에 자유로이 존재하고 있다고 믿는 영혼을
만나고 싶어했다. 그런 눈을 가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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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은 지금 보여지는 육체의
나와 얼마나 다른 모습일까?
과연 영혼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영혼이 아름답다 사악하다라고 하는 것은
과연 어떻게 표현되어질까...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육체의 형상을 했을까..
아니면 연기나 그림자와 같은 뿌연 형상을 했을까...
연기와 같은 모습이라면 무채색 색나열에서
왼쪽의 투명함을 거쳐 순백색을 지나 순도100%의 검정에 이르기까지
그 나열의 투명도와 명도차로 영혼이 가진 순수함이 표현되는 건지..
육체의 형상이라면 외적인 건강상태로 (그러니깐 모발이나 피부의
상태라든가 후광등..) 표현되어지는 건지...
그럼 아름답다 사악하다.. 그런 기준은 대체 무엇이고
또한 나도 모를 그 투명도는 어떤지... 건강상태는 어떤지...
그 기준은 교육받아온 도덕인지... 전혀 다른 잣대인지...
종교의 힘으로 단련된 믿음의 연장인지... 불문율에 철저한 순종인지...
세상과 얼마나 멀어져 있는가에 대한 초탈 무관심인지...
문득 이런 것들이 내 낯선 얼굴과의 조우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낯선 얼굴의 느낌이 트렌스페어런시된 영혼의 일부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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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다는.. 특별한 눈을 가지고 싶다는..
그런 소망이 강하다 보니 아마도 망상을 하는 가 보다...
그저 난... 내가 가진 영혼을 자신하고 싶다.
영혼은 불안을 잠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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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표현력 탓에 어휘력 탓에
100% 딱 들어맞지 않는 단어를 아깝게
끌어다 쓰고 뭔가 내내 아쉬운
그 감정의 일부를 포기할 때가 있다.
언어는 매우 정직하며 섬세하기에 조금만
잘못 사용해 주면 엄청난 오해와 상처를 남긴다.
내 글이 제대로 온전히 전달되길
누군가에게 욕심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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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발견할 수 있는 모든 거울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 보지 않고
무심히 지나칠수 없게 만드는 무엇이다.

자신의 얼굴에 대해 생에 처음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나.
자신의 눈과 코와 입을 그윽하게 들여다 보는 나.
한없이 들여다 보는 나.
그리고 결론을 내린다.

이렇게 생긴 사람을 사랑해 주는 그가 고맙다고.
사랑하지 않고 스쳐갈 수도 있었는데,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걸음을 멈춰 준
그 사람이 정녕 고맙다고.

사랑이란 그러므로 붉은 신호등이다.
켜지기만 하면 무조건 멈춰야 하는,
위험을 예고하면서
동시에 안전도 예고하는
붉은 신호등이 바로 사랑이다.

양귀자의 [모순]중에서...